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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게 밥 사주고 싶다 / 최금녀

최덕근 2013. 12. 20. 21:06
  • 세계닷컴
[이혜선의 한 주의 시] 압록강변서 부르는 망향가








바람에게 밥 사주고 싶다 / 최금녀

나무들아, 얼마나 고생이 많았느냐
잠시도 너희들 잊지 않았다

강물들아, 울지 마라
우리가 한 몸이 되는
좋은 시절이 오고 말 것이다

바람아, 우리 언제 모여
밥 먹으러 가자
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밥
한솥밥
우리들 함께 먹는 밥
먹으러 가자

압록강아,
그날까지
뒤돌아보지 말고
흘러 흘러만 가다오.


그림=박종성
시인(시 속의 화자)은 지금 압록강변에 서 있다. 그러나 시인은 지금 태어나서 자란 북녘 땅 함경남도 영흥에도 있고, 부산 영도섬 선창가에서 도너츠를 팔던 열한 살 피란민 소녀가장으로 서 있고, 참혹한 전쟁의 한가운데를 온몸으로 헤쳐 나와 어엿한 성인이 되어 활달하게 오가던 서울 거리에도 서 있다. 그렇지만 시인은 두 동강 난 조국에서 지금까지도 눈앞을 가로막는 저 강을 건너지 못하고 가슴애피로 서 있다.

반 동강이 난 남쪽의 조국에서 북녘 땅으로 바로 가지 못하고 바다로 하늘로 둘러 둘러서 도착한 중국 땅에 서서 강 건너 그리운 고향을 바라보는 시인의 의식 속에는 과거 현재 미래가, 겨레의 아픈 역사가 치유되지 않은 상처로 소용돌이치며 강물 되어 울고 있다. 그래서 더더욱 시인에게는 저 강 건너에 있는 나무들이 강물들이 바람들이, 삼라만상 모두가, 내가 만나야 할 고향이며 가족이며 친지이며 그 자신의 분신으로 느껴져 살갑게 다가온다. 

이처럼 이 한 편의 시 속에서 시인은 시간과 공간과 자연과 인간과 자아와 타자의 구별을 초월하고 바로 한 몸이 되는 지극한 만남을 통해 그동안 앓아온 이별과 망향의 상처를 치유하고 ‘한솥밥’ 먹기를 희원한다. ‘한솥밥’을 먹는다는 것은 식구(食口)가 되는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밥’은 ‘한 식구가 되어 한솥밥’을 함께 먹는 것이다. ‘뒤돌아’보는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한 몸’이 되기 위해 우리 겨레 모두가 ‘한마음’으로 흘러간다면, 앞으로의 희망을 위해서만 흘러간다면 반드시 한 몸 되는 날이 오고 말 것이다. 비단 북녘에 고향을 둔 실향민뿐 아니라 우리 겨레 누구나 압록강변에서 북녘 땅을 바라볼 때 느끼는 보편적인 정서를 노래하고 있어서 가슴을 쓰리게 하고 아픈 공감을 느끼게 한다. 

이혜선 시인·문학평론가
2013-12-19 22: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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