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기대수명<세계일보>
- 입력 2011.11.02 (수) 21:27
‘아일랜드’는 복제인간을 다룬 영화다. 시대 배경은 2019년, 사람들은 최첨단 설비를 갖춘 건물에서 안락한 생활을 하지만 통제된 체제 탓에 행복하지 않다. 유일한 희망은 추첨을 통해 낙원 아일랜드로 가는 티켓을 얻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것이 거짓이다. 이들은 인간이 질병에 대비해 장기 공급용으로 만든 복제인간에 불과했다. 불로장생을 바라는 인간의 탐욕이 초래한 미래의 비극을 그렸다.
오래 사는 건 모든 사람의 소망이다. 인류는 생명 연장을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찾아나섰다. 영생을 얻으려 불로초를 구한 진시황이 대표적이다. 20세기 이후 의학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인간 수명도 획기적으로 늘었다. 1930년대 31세이던 한국인 평균수명은 2002년 73세로 42세나 증가했다.
한국인 기대수명이 2009년 기준으로 80.3세라고 한다. 2009년 태어난 아이가 평균 80.3세까지 살 수 있다는 얘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한국정책센터가 그제 ‘OECD 헬스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한국은 OECD 32개국 중 16위를 차지했다. 1970년 61.9세에서 39년 동안 18.4세가 는 것이다. 해마다 0.5세가량 증가한 꼴이다. 이런 추세라면 100세 돌파도 시간 문제다. 특히 여성 기대수명(83.8세)은 6위로 전체 평균을 끌어올렸다. 남성(76.8세)은 20위로 OECD 평균보다 낮았다.
문제는 기대수명이 건강수명과 차이가 난다는 점이다. 건강수명은 기대수명에서 질병이나 부상으로 정상적으로 활동하지 못하는 기간을 뺀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09년 기준 한국인 기대수명은 80세다. 건강수명은 71세로 기대수명과 9년의 격차가 난다. 노후에 10년 가까이 고통을 겪으면서 병상에 누워 지낸다는 의미다. 그런데도 건강수명에 대한 인식은 부족하다. 죽는 날까지 건강하게 살다 갈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하는 것이다.
수명은 크게 늘지만 은퇴 시기는 빨라지고 노후 대책은 미흡하다. 병으로 골골하는데 벌어놓은 돈도 없는 노후는 처량할 뿐이다. 기대수명 80세 시대를 반가워할 수만은 없는 이유다.
원재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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