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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타워] 정당정치의 위기<세계일보>

최덕근 2011. 11. 5. 16:47

[세계타워] 정당정치의 위기<세계일보>
  • 입력 2011.11.02 (수)
민심 역주행한 집권당 분노의 심판
민주도 수권정당의 책임감 가져야
  •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우리 정치사에 한 획을 그었다. 무소속 시민후보인 박원순 후보가 큰 표 차이로 한나라당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안철수 후광효과’는 선거를 좌지우지했다. 유권자들이 ‘동맥경화증’을 앓는 기성 정치를 거부하고, 새로운 정치를 선택한 선거혁명인 것이다. 정치권에는 ‘레드카드’를 꺼냈고, 시민들의 힘으로 정치판을 바꿀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이런 흐름이라면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시민정치’가 더 큰 위력을 발휘할 것이다.

    10·26 재보궐선거 결과를 놓고 여야가 모두 시끄럽다. 여야는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한 채 저마다 ‘쇄신론’ ‘개혁’을 주창하며 살 길을 찾고 있다. 반성의 목소리와 책임 공방이 뒤섞여 어지럽다. 이런 와중에도 정치권은 기득권을 놓치지 않으려고 기를 쓰고 있다. 아마 속내는 이런 ‘불편한 상황’이 빨리 잊혀지기만을 바라는지도 모른다.

    채희창 사회부장
    여야는 이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놓고 뼈아프게 고민해야 한다. 당연히 투표에 나타난 민심을 정확하게 읽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직접 나서지 않고도 지지율 5%대였던 박원순 후보를 당선시킨 함수를 풀어야 한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2040세대의 분노 폭발이다. 20대는 등록금과 실업, 30대는 내집 마련과 보육, 40대는 퇴직과 노후 문제 등에 대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이를 거들떠보지 않는 여당의 행태에 불만이 가득 찬 이들이 똘똘 뭉쳐 ‘응징 투표’를 한 것이다.

    중도세력·무당파의 등장도 주목해야 한다. ‘안철수·박원순 현상’은 생활정치를 하라는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들은 ‘청춘콘서트’나 트위터, 페이스북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정치의식과 경제난에 대한 의견을 공유했다. 특정한 이념 없이 약자들의 아픈 곳을 보듬어주는 소통방식에 젊은이들이 열광한 것이다.

    여야는 진심어린 반성문을 써야 한다. 민심의 바닥을 훑고, 당을 해체할 수도 있다는 각오 아래 강도 높은 개혁을 해야 한다. 그래야 살 길이 생긴다. 또다시 성의없는 반성문을 쓰면 제2의 안철수, 박원순 같은 시민세력이 정치권을 강타할 것이다. 유권자들은 이미 강력한 학습효과를 체득했다.

    한나라당은 이번 패배를 내년 대선의 ‘예방주사’로 삼아야 한다. 우선 서민들과 동떨어진 ‘부자당’이라는 꼬리표를 떼야 한다. 어설픈 네거티브 공세를 펼치는 구태도 벗어야 한다. 젊은층의 투표율이 높아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비겁한 대응으로는 민심을 얻을 수 없다. 선제적으로 ‘객토’와 물갈이를 해야 한다. 민심이 이명박 정부를 외면한 만큼 차기를 노리는 박근혜 전 대표가 총대를 메고 나서야 한다. 천막당사 시절의 절박함을 느껴야 한다. ‘대세론’에 연연해서는 2040세대의 표를 잡기 어렵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후보를 내지 못하는 수모를 당했다. 박원순씨가 민주당 후보로 나왔으면 절대 찍지 않겠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말해준다. 민심이 이명박 정부에 등을 돌린 것은 분명하지만 민주당에 손을 내민 것도 아니다. 민주당과 ‘혁신과 통합’ 등 야권은 야권 대통합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힘겨루기에 들어갔다. 안철수, 박원순을 자기 진영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안철수·박원순’ 지지자들이 이를 용인할 가능성이 낮다. 수권 정당의 책임감과 내공부터 키우는 게 순서다.

    역설적이지만 서울시장 선거결과를 잘 뜯어보면 정치권에 살 방법도 제시하고 있다. ‘먼저 비워라’는 명령이 그것이다. 기득권을 내려놓고 소통의 광장으로 나오라는 얘기다. 비워야 채울 수 있는 법이다.

    민심은 명확하다. 지금 국민이 왜 힘들어하고 뭘 원하는지, 바닥부터 성찰하고 대안을 제시하라는 것이다. 선거정치가 아니라 생활정치를 하라는 명령이다. 낮은 자세로 말이다. 그렇지 않으면 시민들은 박원순처럼 자신들이 원하는 후보를 내세울 것이다. 민심과 선거는 그만큼 무서운 것이다.

    채희창 사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