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 피정의 분류
피정은 기간, 지도 방법, 대상, 내용이나 주제 등에 따라 몇 가지 형태로 분류될 수 있다.
1) 기간
기간은 대개 1일 피정에서 40일 피정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본당의 여러 신심 단체들이 어느 하루를 정해 소그룹으로 피정 집이나 성지에 가서 영성 강의를 듣고 자신을 돌아보거나 기도하는 시간을 갖는 것을 1일 피정이라고 한다. 피정은 단지 특강이나 교육 프로그램 혹은 신심 행위와는 다르다. 예를 들어 본당에서 사순절이나 대림절에 전 신자들을 대상으로 영성적 강의나 신심 강화를 위한 프로그램을 갖는 것을 피정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은 엄밀한 의미에서 피정이라고 할 수 없다. 평신도 뿐 아니라 수도자들이 대개 한 달에 한번 하루를 정해 조용히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주님과만 함께 지내는 시간을 갖는 것도 1일 피정이라고 부른다.
일반적으로 피정 집에는 3일, 8일, 30일, 40일 피정 등이 마련되어 있다. 가장 많이 행해지는 피정의 기간은 8일이다. 이것은 성 이냐시오의 ‘영신수련’을 축약해서 피정을 주는 기간이 8일이었던 전통에서 기인한다. 또한 많은 수도회가 성 이냐시오의 ‘영신수련’에 의한 피정을 연례피정으로 받아들이면서 자연스럽게 보편화된 기간이다. 현재 교회법상 성직자는 적어도 3년에 한차례, 수도자는 1년에 한차례 6일 이상의 기간 동안 피정을 해야 한다.
3일 피정은 주로 평신도들을 위한 피정이다. 평신도들의 경우 8일 간의 시간을 내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피정 집에서는 3일 정도로 축약된 피정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30일 피정은 주로 30일로 이루어져 있는 성 이냐시오의 ‘영신수련’에 따른 피정 기간이다. ‘영신수련’의 방법을 따르지 않으면서도 30일 피정을 주는 경우가 있지만 드물다. 40일 피정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광야에서 단식과 기도로 보내셨던 기간인 40일의 모범을 따라 정해진 기간이다. 예를 들면, 예수고난회에서 성 이냐시오의 ‘영신수련’의 방법에다 특별히 수난을 강조하여 짜여진 프로그램으로 40일 피정을 주고 있으며 성심수녀회에서 ‘예수 마음 기도’로 하는 다양한 기간의 프로그램 가운데에 가장 긴 기간으로 40일 피정이 있다. 2) 지도 방법
피정은 피정 방법에 따라, 개인 지도 피정(a directed retreat or on-to-one retreat), 강의 피정(a preached retreat), 반(半)개인 지도 피정(a semi-directed retreat) 등이 있다.
첫째, 개인 지도 피정은 한 명의 지도자가 한 명의 피정자를 이끄는 방법으로 피정이 진행된다. 이때 지도자는 일방적으로 피정을 주고 이끄는 지도자로서의 역할보다는 함께 동반하면서 식별을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때문에 지도자라는 호칭보다는 영적 동반자(spiritual company) 또는 공동 식별자(co-discerner)라고 부르는 것이 적절하다. 개인 지도 피정의 가장 큰 장점은 개인의 성향과 현 상황 안에서의 필요에 따라 가장 적절한 지침을 줄 수 있고, 피정자가 구체적인 영적 식별을 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울 수 있다는 점이다. 개인 지도 피정은 성 이냐시오의 ‘영신수련’을 계기로 일어난 피정운동의 초기 형태로 피정 중에서 가장 이상적인 피정 방법이다. 피정운동이 처음으로 보편화되기 시작했던 16세기 중엽에서 17세기 말까지는 대개 개인 지도 피정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피정운동이 점점 대중화되고 많은 수도회가 연례 피정을 시행하고, 성직자와 수도자들의 피정이 교회법상 의무로 정착하면서 개인 지도 피정은 거의 불가능해졌다. 피정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자연스럽게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법으로 바뀌어 간 형태가 강의식 피정 방법이다.
둘째, 강의 피정은 피정 지도자나 동반자가 강의를 통해서 피정자들에게 기도할 내용를 강의하고, 그 내용을 반추하면서 묵상하도록 이끄는 방법이다. 잘 준비된 좋은 내용의 강의나 강론을 통해서 피정이 진행된다는 점이 이 피정 방법의 특성이다. 잘 준비된 지도자의 강의는 피정자들이 새로운 지식과 기도 방법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이것이 강의 피정의 장점이기도 하다. 강의 피정은 강의 내용에 따라 피정의 성격에 많은 영향과 변화를 가져오기도 했다. 그러나 강의 피정은 각 피정자의 기도 체험 안에서 하느님의 이끄심과 악령의 책동을 분별하는 영적 식별은 거의 피정자 각자에게 맡겨진다. 피정의 결과도 피정 지도자의 강의 내용이 얼마나 효과적이냐에 따라 혹은 강의 내용을 피정자가 얼마나 잘 소화하고 따라가느냐에 따라 좌우되는 면이 많다. 이러한 점은 피정의 본래 성격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는 모습이기도 하다.
제 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각 수도회가 창립자의 정신과 은사를 되살리고 새롭게 하는 움직임이 일어나면서 피정의 방법도 강의식 방법보다는 개인 지도 방법을 복원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졌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일대일의 지도 피정이 불가능한 경우 이에 대한 보안의 방법으로 시작된 피정 형태가 반(半)개인 지도 방법이다. 이것은 개인 지도 피정과 강의 피정의 장점을 살려 강의와 개인 지도를 병행하는 방법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반개인 지도 피정에서 지도자는 약 15-25명 가량의 피정자에게 강의나 강론을 통해 기도할 내용을 전달하고 묵상이나 관상의 방법으로 기도하게 한다. 그리고 이틀에 한번 정도 개인 면담을 통해 함께 동반하면서 식별을 도와주거나 기도를 잘 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경우에 따라 피정자들의 면담은 몇 명의 공동 지도자가 분담해서 할 수 있으나, 피정 기간 동안 각 개인 피정자의 면담 지도자가 바뀌지는 않는다. 면담자들은 자신의 피정자들의 영적 여정을 피정 기간 동안 계속해서 함께 동반해야 하기 때문이다. 3). 피정 대상
피정은 피정 대상자에 따라서도 다양하게 분류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성직자나 수도자들을 위한 피정과 평신도들을 위한 피정으로 나뉘며, 그 외 청소년을 위한 피정, 학생 피정, 부부 피정, 가족 피정, 각 본당 단체들을 위한 피정, 직장인들을 위한 피정, 교사나 의사, 법조인 등 특정 직업 종사자를 위한 피정 등이 있다. 성직자나 수도자를 희망하는 성소자들을 대상으로 한 성소 피정도 있다. 인원에 따라 개인 피정과 단체 피정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성직자들과 수도자들을 위한 피정은 대개 연례피정이다. 연례피정이 성직자와 수도자들에게 교회법으로 의무화되면서, 이들을 위한 다양한 형태의 피정 프로그램이 계발되었다. 성직자와 수도자들을 위한 피정은 대부분 의무규정인 6일에서 보편적인 8일 피정의 형식이다. 이들은 피정을 통해 사목자나 봉사자로서, 또는 봉헌된 삶을 사는 사람으로서 자신의 모습을 성찰하면서, 주님과 함께 머무는 시간 안에서 새로운 힘을 얻는다.
평신도들은 피정이 의무로 부과되지는 않지만, 교회는 그들에게도 여러 차례의 교서들을 통해 가장 효과적인 영성 생활을 영위하는 방법으로 피정을 권장하고 있다. 피정의 중요성과 필요성이 더욱 더 강조되면서 평신도들을 위해서도 다양한 피정 프로그램들도 계발되고 있다. 현재 각 수도회나 교구가 운영하고 있는 피정의 집이나 피정센터에서는 평신도들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형태의 피정 프로그램들이 진행 중이다. 4). 피정 내용과 주제
피정의 실제적인 내용이나 피정에서 다루는 주제에 따라 피정은 더욱 다양하게 분류될 수 있다. 가장 전통적이고 보편적인 피정은 성 이냐시오의 ‘영신수련’에 의한 피정이다. ‘영신수련’에 의한 피정은 성서적인 주제를 그 핵심으로 하는 피정 방법이다. 특히 ‘영신수련’의 중심 내용은 복음서를 바탕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를 관상하는 것이다. ‘영신수련’의 방법을 따르지 않는 다른 피정도 성서를 내용으로 하거나 중심 주제로 다루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삶과 가르침이 담겨 있는 복음서가 피정의 내용이나 주제로 가장 많이 다루어진다. 그 외 바오로의 서간이나 사도행전, 또는 구약의 예언서, 욥기 등도 많이 다루어지는 내용이다.
성 이냐시오의 ‘영신수련’에 의한 피정도 전체적인 흐름은 ‘영신수련’의 내용에 따르지만 기간, 인원, 대상, 피정자들의 필요와 요구에 따라 피정 프로그램을 다양화할 수 있다. 예컨대, ‘영신수련’에 의한 피정에도 기간에 따라 3일 피정, 8일 피정, 30일 피정 등으로 나뉘고, 인원에 따라 개인 피정, 반개인 피정, 강의 피정이 있으며, 대상에 따라 ‘영신수련’ 전체흐름을 따를 것인지, 첫째주간의 흐름만을 따를 것인지 결정되며, 참회를 위한 피정 혹은 식별을 위한 피정과 같이 특별한 목적에 따라 피정 프로그램을 다양화할 수 있다. 오늘날에는 ‘영신수련’이 원래의 성 이냐시오의 정신대로 융통성 있게 응용되면서 시편이나, 어느 한 예언서나 한 복음서나 서간 등을 가지고 ‘영신수련’ 피정을 진행하기도 한다.
이 외에도 레지오 마리에 피정, 꾸르실료 피정, 성령 세미나 피정 등이 있다. 최근에 한국에서는 ‘예수 마음 기도’와 ‘Lectio Divina’(거룩한 독서)에 따른 피정이 많이 행해지고 있으며, 'MBTI(Myers-Briggs Type Indicator)나 애니어그램(Enneagram) 등의 심리학적 접근 방식이 피정 내용과 주제로 활용되기도 한다. |
'좋은 글 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스크랩] 위대한 조각가 [류해욱신부님] (0) | 2007.07.23 |
|---|---|
| 류해욱신부 피정 3 (0) | 2007.07.23 |
| 류해욱신부 피정 1 (0) | 2007.07.20 |
| 오늘을 위한 기도 (0) | 2007.07.04 |
| 말없이 사랑하여라 (0) | 2007.07.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