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미리 엔터테인먼트부 라이프팀장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어느 하나 사연 없는 메달이 없겠지만 지난 14일 임신 7개월의 사격 선수 김윤미(28)가 따낸 두 개의 금메달은 '워킹맘'(일하는 엄마)들에게 그 어떤 메달보다 감동으로 다가갔다.
부른 배를 당당히 내밀고 침착하게 한 발 한 발 총을 쏘는 모습을 보다가 문득 그녀가 '한국 국가대표'인 동시에 '한국 워킹맘 대표'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스포츠 선수'라는 '직업'을 가진 '임신부 직장인'이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이라는 '직장'에서 조직원으로 훌륭히 제 몫을 해낸 것이다.
김윤미가 딴 두 개의 금메달은 결코 혼자만의 힘으로는 일궈낼 수 없었다. 선수 본인의 의지가 가장 중요했겠지만 임신부를 대표팀으로 받아들인 코칭 스태프의 결단, 동료 선수의 배려, 가족의 이해 없이는 애당초 꿈꿀 수 없는 성취였다.
사격은 운동 종목 중에서도 규율이 엄격하고 규칙이 정교하기로 유명하다고 한다. 종목 특성 때문에 선수나 코치도 대체로 모험을 벌이기보다는 침착하게 정도(正道)를 지키는 스타일이다. 이런 보수적인 분위기에서 임신부인 김윤미를 국가대표로 발탁한 것은 '사건'이었다.
지난 16일 밤 전화로 연결된 여자 사격 대표팀 임장수(51) 코치는 "지난 7월 선수촌 입촌 때 윤미가 임신 3개월이라고 하더라"며 "코칭 스태프 안에서 반대도 있었고 솔직히 난감했다"고 했다. 그는 "논의 끝에 저출산이 사회적 관심사이고 해서 '함께 가자'고 했다"고 전했다.
만약 그때 '전례가 없어서…'라며 임신부 사격수를 거부했다면 시상대 꼭대기에서 'S라인' 아닌 'D라인'을 뽐내며 금메달을 거는 김윤미의 모습은 볼 수 없었을 것이다. 어쩌면 '경력 단절'로 인해 사격 무대에서 더 이상 그녀의 이름을 볼 수 없게 됐을지도 모를 일이다. 17일 아침 전화로 만난 김윤미는 "선수로서 '해야 할 부분'과 임신부로서 '할 수 있는 부분'을 명확히 분리해 묵묵히 도와준 동료 덕에 메달도 따고 사격도 계속할 수 있어 감사한다"고 했다.
여성가족부 경력단절여성지원과에 따르면 직장에서 퇴직한 여성 중 45.6%가 결혼 전후에, 23.6%가 출산 전후에 사표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가사나 육아를 이유로 일을 하고 있지 않은 25~54세 여성 405만2000여명 중 279만3000여명은 취업 의사가 있는데도 일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결혼과 출산, 육아로 이어지는 워킹맘의 고되고 긴 길을 배려하지 못하는 사회 환경 때문이었다.
김윤미와 사격 대표팀 전체가 임신부의 금메달을 합작했듯이 우리 사회도 함께 머리를 맞대고 워킹맘들이 맘 편히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김윤미는 2012년 런던올림픽에도 도전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녀가 한 아들(뱃속의 '오복이'는 남자라고 한다)의 엄마로 또 한 번 아름다운 도전에 성공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