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리뷰] 분별력 키우는 수학의 힘<세계일보>
- 입력 2011.05.11 (수) 21:25, 수정 2011.05.11 (수) 21:57
18세기를 대표하는 수학자 오일러의 일화는 수학이 자신의 주장을 정당화하는 강력한 도구로 인정받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러시아의 여제 예카테리나 2세는 무신론을 전파하고 다니는 프랑스의 계몽주의 철학자 디드로를 못마땅하게 여겼다. 디드로에 대응할 인물로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오일러를 낙점하고, 오일러에게 신의 존재에 대해 디드로와 토론해줄 것을 요청했다. 오일러는 디드로를 만나자마자 난데없이 “ a+bⁿ/n=x 입니다. 따라서 하느님은 존재합니다. 그렇지 않습니까”라고 말했다. 사실 이 수식에는 a, b, n, x에 대한 조건이 명시되지 않아 수학적으로 아무런 의미가 없는 문자의 나열일 뿐이었다. 하지만 이 수식에 대해 어떠한 해석도 할 수 없던 디드로는 수학을 내세우며 신의 존재성을 주장하는 오일러에게 아무런 반박도 하지 못했다. 이처럼 코미디 같은 상황이 벌어지게 된 원인은 일반적으로 수학으로 설명하면 확실성이 보장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는 수학이 오용된 예이자 수학에 지나친 권위를 부여함으로써 일어난 해프닝이지만, 사실 수학은 매일매일 넘쳐나는 정보와 뉴스 속에서 분별 있는 판단을 하도록 도와준다. 즉 수학은 지적으로 자신을 방어하는 중요한 도구가 되는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가장 빈번하게 만나게 되는 확률은 불확실성을 본질로 하기에 인과관계가 뚜렷하고 정확성을 핵심으로 하는 다른 수학 주제와 차별화된다. 따라서 확률을 해석할 때에는 여러 면에서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어떤 바이러스의 감염 여부를 판정하는 검사법이 감염된 사람을 감염된 것으로, 감염되지 않은 사람을 감염되지 않은 것으로 옳게 판정할 확률이 아주 높다고 하자. 하지만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이 감염되지 않은 사람에 비해 아주 적을 경우에는 판정의 정확성이 상식적인 예측보다 훨씬 낮아질 수 있다.
만일 우리나라 인구 5000만명 중에서 그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이 3000명뿐이며, 검사를 통해 감염 여부를 정확하게 판정할 확률이 99%라고 하자. 실제 감염자 중 검사 결과 감염자로 판정되는 경우는 3000명의 99%인 2970명이고, 1%인 30명은 잘못 판정해 비감염자로 분류된다(false negative). 한편 실제 비감염자인 4999만7000명 중에서 99%인 4949만7030명은 비감염자로 올바르게 판정되지만, 1%인 49만9970명은 감염자로 오판된다(false positive). 이제 확률을 따져 보면 검사 결과 감염자로 판정받은 사람은 2970명과 49만9970명을 더한 50만2940명이고, 실제 감염자는 2970명이므로 그 확률은 50만2940분의 2970, 약 0.6%에 불과해진다. 비록 극단적인 상황을 예시하기는 했지만, 확률이 주어졌을 때 액면 그대로 믿기보다는 수학적 분석을 통해 종합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사실 이런 연유로 임상에서는 유의할 검사 결과를 얻게 되면 보다 확실한 진단을 위해 다른 검사 방법을 추가적으로 이용하도록 권고한다.
수학은 여러 정보 속에서 합리적이고 균형 잡힌 판단을 할 수 있는 유용한 지식과 사고를 제공하지만, 학창 시절 공포스러운 수업과 시험을 겪어온 대부분의 성인에게 수학이란 그리 유쾌한 단어가 아닌 것 같다.
최근의 교육과정 개정을 통해 수학 교과서 내용의 양이 경감되고 수준도 낮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내신을 위한 시험과 수능은 난해하기 때문에 내용과 수준이 적정화된 교육과정의 의도가 학생 개개인의 수학 학습에까지 영향을 미치지는 못한다. 이는 수학 교과 단독의 문제가 아니라 입시와 맞물리면서 난맥상을 이루는 복합적인 문제이기에 단기간에 해결해낼 묘수는 없지만, 언젠가는 학생들이 수학을 즐기면서 배울 수 있고 그 유용성을 십분 공감할 수 있는 교육이 이루어지리라 고대해 본다.
박경미 홍익대교수·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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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경미 홍익대교수·수학 |
일상생활에서 가장 빈번하게 만나게 되는 확률은 불확실성을 본질로 하기에 인과관계가 뚜렷하고 정확성을 핵심으로 하는 다른 수학 주제와 차별화된다. 따라서 확률을 해석할 때에는 여러 면에서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어떤 바이러스의 감염 여부를 판정하는 검사법이 감염된 사람을 감염된 것으로, 감염되지 않은 사람을 감염되지 않은 것으로 옳게 판정할 확률이 아주 높다고 하자. 하지만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이 감염되지 않은 사람에 비해 아주 적을 경우에는 판정의 정확성이 상식적인 예측보다 훨씬 낮아질 수 있다.
만일 우리나라 인구 5000만명 중에서 그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이 3000명뿐이며, 검사를 통해 감염 여부를 정확하게 판정할 확률이 99%라고 하자. 실제 감염자 중 검사 결과 감염자로 판정되는 경우는 3000명의 99%인 2970명이고, 1%인 30명은 잘못 판정해 비감염자로 분류된다(false negative). 한편 실제 비감염자인 4999만7000명 중에서 99%인 4949만7030명은 비감염자로 올바르게 판정되지만, 1%인 49만9970명은 감염자로 오판된다(false positive). 이제 확률을 따져 보면 검사 결과 감염자로 판정받은 사람은 2970명과 49만9970명을 더한 50만2940명이고, 실제 감염자는 2970명이므로 그 확률은 50만2940분의 2970, 약 0.6%에 불과해진다. 비록 극단적인 상황을 예시하기는 했지만, 확률이 주어졌을 때 액면 그대로 믿기보다는 수학적 분석을 통해 종합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사실 이런 연유로 임상에서는 유의할 검사 결과를 얻게 되면 보다 확실한 진단을 위해 다른 검사 방법을 추가적으로 이용하도록 권고한다.
수학은 여러 정보 속에서 합리적이고 균형 잡힌 판단을 할 수 있는 유용한 지식과 사고를 제공하지만, 학창 시절 공포스러운 수업과 시험을 겪어온 대부분의 성인에게 수학이란 그리 유쾌한 단어가 아닌 것 같다.
최근의 교육과정 개정을 통해 수학 교과서 내용의 양이 경감되고 수준도 낮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내신을 위한 시험과 수능은 난해하기 때문에 내용과 수준이 적정화된 교육과정의 의도가 학생 개개인의 수학 학습에까지 영향을 미치지는 못한다. 이는 수학 교과 단독의 문제가 아니라 입시와 맞물리면서 난맥상을 이루는 복합적인 문제이기에 단기간에 해결해낼 묘수는 없지만, 언젠가는 학생들이 수학을 즐기면서 배울 수 있고 그 유용성을 십분 공감할 수 있는 교육이 이루어지리라 고대해 본다.
박경미 홍익대교수·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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