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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논단] 서울대 법인화에 반대하는 세력

최덕근 2011. 6. 9. 21:31

[아침논단] 서울대 법인화에 반대하는 세력

  • 박지향 서울대 교수·서양사
  • 2011.06.08 21:57
박지향 서울대 교수·서양사

공무원 철밥통 깨더라도 대학 경쟁력 끌어올리는 게
법인화 목표인데 평등 지상주의자들은 他 대학과의
형평성 따지며 더 우수한 대학 되려는 노력 반대

서울대 일부 학생들이 학교의 법인화에 반대하면서 대학 행정을 마비시킨 초유(初有)의 사태가 2주째 계속되고 있다. 과거 학생들이 총장실을 점거한 적은 있지만 행정관 전체를 점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학생들은 법인화가 되면 등록금이 오를 것을 우려하고 추진 과정에서 자신들이 소외되었다고 생각한다. 명분이 무엇이든 학생들의 행정관 점거는 올바른 행동이 아니다. 민주화 시대의 학생들이 반(反)독재 투쟁 시절의 유산을 답습한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소수이지만 학생들의 불법 행동을 지지하고 심지어 부추기는 교수들이 있다는 것은 국민이 서울대에 대해 갖는 기대를 저버리는 수치스러운 일이다. 학생들의 순수한 마음을 악용하려는 배후세력의 침투도 감지되는 것 같다.

법인화된 서울대의 모습은 지금과 무엇이 달라질까? 서울대는 왜 굳이 철밥통 공무원이라는 안전망을 깨려 하는가? 그 목적은 자율성을 획득하여 더 효율적인 운영과 더 수월성 높은 교육을 제공하여 세계 일류대학으로 도약하고 더불어 국가 전체의 역량을 높이는 데 있다. 점점 더 경쟁력을 요구하는 세상에서 우리 후손들이 우리만큼이라도 살게 만들어주기 위해 우리는 더 수준 높은 인재를 더 많이 양성해내야 한다. 그러나 정부의 통제와 한정된 지원하에서는 그 일이 어렵다. 그래서 서울대는 자율성을 원하는 것이다.

서울대 법인화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교육은 공공재(公共財)이기 때문에 전적으로 국가가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고만고만한 대학들만 존재할 수 있지 세계적인 대학을 만들어낼 수 없다. 모든 대학을 세계 일류대학 수준으로 지원할 능력이 우리 정부에 없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도 못하는 일이다. 그렇다고 정부가 한 개 대학에만 국고 지원을 몰아주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정당하지도 않다. 결국 해결책은 서울대가 법인화하여 자구책(自救策)을 마련하는 것이다.

법인화가 제공하는 자율권을 통해 대학 운영은 '저비용 고효율'로 개선될 것이고 서울대가 가지고 있는 지적 재산을 총 가동하여 운영하면 예산 형편도 훨씬 나아질 것이다. 물론 서울대가 개발한 지식·정보의 일부는 무료로 공개되어 사회 전체의 이익에도 기여할 것이다. 법인화에 대한 가장 보편적인 우려는 등록금 인상이다. 하지만 현재 서울대학교 법인화법은 지속적인 국고 지원을 못 박고 있다. 설사 국고 지원금이 감소하더라도 자생력을 갖춘 법인 서울대학교는 등록금이 인상되지 않도록 자구책을 찾을 것이며 오히려 등록금 인하도 가능할 것이다.

한편 학생들에게는 더욱 질 높은 교육이 제공될 것이다. 이는 1978년에 법인화된 서울대 병원이 환자들에게 그전보다 훨씬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한 결과 환자들의 만족도가 크게 높아진 사례에서도 예측할 수 있다. 기초학문 고사(枯死)에 대한 걱정도 지나친 우려라고 할 수 있다. 종합대학으로서 서울대는 기초학문의 토대 위에서만 성장이 가능하다. 물론 외부 지원은 공학과 경영학 등 응용분야에 집중되겠지만 그 지원의 상당한 비율을 의무적으로 기초학문에 배정하도록 학교 정관에 규정하면 된다. 만약 모든 지원을 응용분야에만 집중하고 기초학문을 고사시킨다면 서울대 자체가 조만간 고사하고 말 것이다. 대학 구성원들이 그렇게 내버려둘 리도 없다.

사실 법인화가 되면 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받을 사람은 누구보다 교수들이다. 그럼에도 그들이 법인화를 받아들이는 이유는 현재의 서울대에 대하여 "이대로는 안 된다"라는 공감대가 있기 때문이다. 서울대가 국내 1위라는 위치에 만족한다면 굳이 법인화의 진통을 겪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다수 서울대 교수들은 그래서는 안 된다는 사명감을 깨닫고 있기에 어려운 길을 택한 것이다. 법인화는 결코 쉬운 길이 아니다. 모든 것이 잘되리라는 보장도 없다. 그러나 이대로는 안 된다는 절박한 심정이 있기에 첫발을 내딛는 것이다.

법인화에 반대하는 사람들 가운데 일부는 평등지상주의자들이다. 그들은 서울대가 더 경쟁적이 되고 더 우수한 대학이 되려는 노력 자체를 못마땅해한다. 그들은 서울대를 세계 유수의 대학으로 만드는 것은 다른 국립대학들과의 형평성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서울대는 세계인들과 경쟁해서도 성공할 수 있는 인재들을 많이 육성해야 하고 그렇게 배출된 인재들은 그들의 열매를 대한민국 전체를 위해 바쳐야 한다. 그래야 대한민국도 살고 우리 자식들도 산다. 서울대 법인화는 그런 미래를 향한 힘찬 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