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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사랑이 없으면....

최덕근 2005. 8. 5. 16:42
 

사랑이 없으면 우린 아무 것도 아니라네


안녕하세요? 제가 제 연례피정을 들어가기 전에 여러분들에게 광고를 하려고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제 수상집이 [사랑이 없으면 우린 아무 것도 아니라네]라는 제목으로 7일이나 8일 정도에 나옵니다. 저는 그때 피정 중이라 바로 못 보고 17일에 돌아와서 받아보게 되겠지요. 책은 바오로 딸 출판사에서 냈고요. 예수회 한국 진출 50년을 맞으면서 제 삶의 편린들을 나누고 싶은 마음에 만든 책인데, 읽어보시고 많이 광고해 주세요. 제가 서문으로 쓴 글을 나눕니다.




  서문-  열정과 연민

                                                        


  몇 년 전 천년의 고도 경주의 토함산 산정에 올라 동해가 내려다보이는 석굴암을 참배한 적이 있다. 저녁 어스름 시간, 참배객들이 거의 다 하산한 늦은 시간이라 사람의 방해를 받지 않고 오랫동안 부처님 상을 바라보며 명상에 잠겼었다. 굳이 명상을 하겠다고 작심을 하고 토암산을 오른 것은 아니었지만, 석굴암 전체에 흐르는 어떤 신비로운 힘과 분위기에 압도되어 그 자리를 뜨지 못했던 것이다. 석굴암의 부처상은 단순한 예술품이 아닌 그 이상의 무엇으로 느껴졌다. 석공의 삶과 혼이 응집된, 말하자면 열정과 연민의 결정이다. 석불의 전신에서 뿜어 나오는 자비의 광채는 몰아의 경지에서 예술가와 절대자의 합일을 이루지 않고서는 불가능했으리라. 석굴암의 부처상과의 만남은 천여 년을 흐르는 선인들의 삶 속에 녹아있는 열정과 연민을 고스란히 전해 받은 듯한 진한 감동이었다.

  그 후 2년 뒤, 다시 석굴암에 올랐다. 앞에서 느꼈던 감동을 또 한번 품을 수 있으리라는 설렘으로 한발 두발 돌계단을 올랐다. 이번에는 많은 관람객들 때문에 원하는 만큼의 충분한 시간을 두고 바라볼 수는 없었지만 경이로운 기하학적 균형과 석굴암에 대해 밝혀진 여러 연구업적을 들을 수 있어서 그것 또한 새로운 것을 배우는 작은 기쁨이었다.

  어느 날 우연히 뉴스위크지에서 시계 광고에 함께 실려 있는 글이 눈에 들어왔다. 토스카니니 이후 가장 뛰어난 오케스트라 지휘자로 일컫는 마에스트로 코린 마젤을 열정(passion)과 연민(compassion)의 지휘자라고 소개하면서 이런 말을 쓰고 있었다.

  “삶이 없이 음악이 존재하지 않는다. 열정이 없이 삶이 존재하지 않고, 연민이 없이 열정도 존재하지 않는다.”

  예술은 삶의 결정체이다. 석굴암의 부처상도 열정과 연민의 완벽한 조화를 이룬 삶의 형상이다. 부처님이 지니셨던 연민, 자비심을 따르려 했던 선인들의 열정이 천 년을 뛰어 넘어 오늘까지 생생한 감동으로 전해 질 수 있는 것이리라.


  연민을 그리스도교의 용어로 옮기면 사랑이고 열정은 믿음이다. 사랑이 없는 믿음은 존재하지 않는다. 설령 존재할지라도 위험한 광신이 될 것이다. 또한 믿음이 없는 삶은 무의미하다. 믿음이 없는 삶이, 사랑이 없는 삶이 무슨 의미를 지니겠는가? 밤이 깊은 시간 가슴에 손을 얹는다. 나는 사람들을 사랑하는가? 사람에 대한 신뢰를 지니고 있는가? 사랑과 믿음이 없다면 내가 사람들을 위해 온 힘을 다해 애쓴다 하더라도 나는 아무 것도 아니리라.


  내가 태어나던 해에 예수회가 한국에 들어왔다. 예수회 한국진출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행사가 열린다고 하니 내가 이 지구라는 별의 나그네가 된 지도 50년이 된다. 50년의 여정을 살면서 얼마나 내가 열정을 연민을 지니고 살았는가를 돌아본다. 어느 시인처럼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기를 바라지는 못할지라도 후회스러움으로 가득할 수야 없지 않은가!

  시 읽기를 좋아하고 그림을 그리고 흙을 만지고 사진을 찍고 글을 쓰지만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하는 것도 없고 더구나 열정으로 거기 미쳐 투신해 본 적도 없다. 이 모든 것들은 내가 예수회 사제로 살아가면서 사람들에게 대한 연민의 마음을 배우기 위한 수단일 뿐이니 경지에 이르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그리 부끄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사제로서 사랑하는 일에 미치도록 투신하고 어느 경지에 이르도록 연마하지 못한다면 부끄러운 일이리라. 열정과 연민의 삶을 사셨던 스승 예수의 길을 따르고자 하는 바람을 지니며 오늘도  어떻게 그분처럼 사람들을 사랑할 수 있는지를 배우려고 한다.

  여기 내놓는 글들은 이런 나의 배움의 여정에서 쉼이 필요할 때 우물가에 서서 길어올린 두레박에 담긴 물들이다. 나 스스로에게 목을 축이던 물이 다른 목마른 사람들의 갈증에 작은 도움이 될 수 있다면 큰 기쁨이 되리라.

출처 : 성 이냐시오의 영성
글쓴이 : 류해욱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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