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쉼터
다른 사람들에게 우리가 가져다 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안에 있는 침묵일 것이다. 드러내지 못한 비판과 불평으로 가득 찬 그런 침묵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안식처가 되고 영혼의 쉼터가 되는, 우리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침묵이다. 우리 모두는 이런 침묵을 몹시 목말라한다. 침묵 안에서 우리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평화를 맛보고 새롭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 침묵은 위대한 힘이 있는 장소이며 치유의 장소이다. 침묵은 하느님의 무릎이다.
진정한 성장은 우리 안의 침묵 속에서 이루어진다. 우리가 침묵 속에서 성장을 이루게 되면 단순히 다른 사람을 위험으로부터 구조해 주기만 하는 것이 아닌 영혼의 안식처가 될 수 있다. 한 사람의 삶의 과정을 조용히 지켜봐 주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지혜를 지닐 수 있다.
나는 아주 유능한 에이즈 전문 의사를 알고 있다. 루시아는 지금도 돌아가신 할머니의 영정을 집에 모시고 있다. 그녀는 출근하기 전 몇 분 동안 할머니의 영정 앞에 앉아 있곤 한다. 그녀의 할머니는 이탈리아에서 출생했다. 할머니는 가족을 가깝게 만들어주는 접착제 역할을 했다. 그녀는 지혜를 타고난 사람이었다. 루시아가 아주 어렸을 때 고양이가 사고로 죽었다. 어린 루시아에게는 처음으로 접하는 죽음에 큰 충격을 받았다. 부모님은 루시아에게 고양이는 하늘나라에 있을 것이라고 하면서 슬퍼하지 말라고 했다. 루시아에게는 전혀 위로가 되지 않았다. 루시아는 하느님께 고양이를 돌려 달라고 기도했다. 그러나 하느님은 기도를 들어주지 않았다.
루시아는 울면서 할머니에게 왜 하느님이 자기의 기도를 들어주시지 않는지 물었다. 할머니는 다른 어른들처럼 고양이가 하늘나라에 있다고 말씀하시지 않았다. 대신 할머니는 루시아를 꼭 껴안아주며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를 상기시켜 주었다.
“루시아야, 그때 할머니도 할아버지를 돌려 달라고 기도했지만 하느님은 들어주지 않으셨단다.”
할머니는 루시아에게 그 이유를 알지 못한다고 말씀하셨다. 루시아는 할머니의 따뜻한 품속에서 실컷 울었다. 루시아가 할머니를 쳐다보았을 때 할머니의 눈에도 눈물이 고여 있었다. 비록 할머니가 물음에 답해 줄 수는 없었지만 루시아는 상실감과 외로움이 엷어지는 것을 느꼈다. 죽은 고양이가 하늘나라에 있으니 안심하라는 말은 아무런 위안이나 힘이 되지 못했다. 그녀가 내게 말했다.
“레이첼, 제 할머니는 무릎이었어요.”
그녀가 말을 이었다.
“말하자면 영혼의 쉼터였지요. 저는 에이즈에 대한 의학적인 지식을 많이 알고 있어요. 하지만 내가 정말 에이즈 환자들을 위해서 하고 싶은 것은 그들에게 무릎이 되어 주는 거예요. 그들이 직면해야 하는 고통을 혼자서가 아니라 누군가와 함께 나눌 수 있는 그런 장소가 되어주는 거죠.”
안식처나 영혼의 쉼터는 우리가 부닥친 삶으로부터의 도피처를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새로운 힘을 얻는 장소이다.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얻고 감사의 마음으로 삶을 헤쳐 나갈 수 있는 힘을 얻는 장소를 찾는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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